본문 바로가기

The World/Hot Issues

[바둑] 구글 Deepmind의 알파고, 이세돌을 이기다. 커제는 어떨지?


2016년 3월 9일, 이세돌은 알파고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186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를 당했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바둑 최정상급 기사 이세돌의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약 십 수년 년 전에 필자는 "The Many Faces Of Go" 라는 PC용 바둑프로그램을 어렵사리 구해서 바둑을 두어 본 적이 있었다. 지금처럼  온라인 웹사이트도 없었고 관련 정보도 부족했지만 아마추어 4~7급 수준이라고 알려졌었고, 당시 필자의 수준은 대략 7~9급 수준이었다고 기억된다. 하지만 당시 나는 한마디로 프로그램을 "가지고 놀았"었다.


원래 하수들은 되지도 않은 꼼수를 좋아한다. 내 꼼수에 컴퓨터 프로그램은 아무렇게나(녀석은 나름 최선을 다했겠지만) 맞두다가 박살이 났었으니까. 심지어 초읽기 시간제한도 최대로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구나" 생각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런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경우의 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장기나 체스도 아니고 바둑에서 말이다.


컴퓨터에 사람이 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무너뜨린 IBM의 딥블루는 일종의 버그[각주:1]로 인간을 물리쳤다는 말(연합뉴스 참조. Deep Blue 개발자의 고백)이 있다. 한편, 프로 바둑기사가 컴퓨터에 패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5년 10월에 알파고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를 5대 0으로 대파한 적이 있었다. 


2015년 10월 판후이 2단: 알파고 기보 중 하나


이때만 해도, 바둑의 본고장도 아니고 유럽의 프로 2단 실력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세계 최정상급 이세돌 9단이 근소하게 진 것도 아니고 18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제 바둑에서까지 사람이 컴퓨터에 도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인가?



'알파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알파고는, 타이젬[각주:2] 기준으로 20초 속기 수준으로 보면 프로 50위권 밖이라고 평가되었었다(관련 기사). 하지만 이 평가는 알파고가 최정상급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전의 수준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알파고는 판후이와 대국하기 전에 유럽의 아마추어 대국 기보를 공부했었다고 한다(이러고도 판후이에게 압승).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세계 최정상급 기사들의 기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알파고의 능력을 보자면, 이미 3000만 개 이상의 기보를 학습했다고 하며, 당연한 말이겠지만 쉬지도 자지도 않고 대국을 하며 바둑 수를 배웠다고 한다. 벌써 2016년 1월 동안 4주 만에 100만 대국을 익혔고 하루에 3만 대국을 소화할 수 있다고 딥마인드 측은 밝힌 바 있다(참고: 알파고 알고리즘 요약 - slideshare.net).


2016년 3월 9일 이세돌:알파고 제1국 기보. 타이젬 기보 캡처


대국 전 이세돌 기사는 호언장담했었다. 2시간 제한에 60초 초읽기 3번 정도면 5:0 내지 4:1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리고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들의 기보는 최대 1만 5천 개 가량밖에 안 되고 저작권 문제도 있으므로 제아무리 최강의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RLAI)" 능력을 가진 알파고라도 사람에게는 무리라는 예측이 나돌았었다. 그러나 첫 대국이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결국, 불계로 끝났지만, 형세 상으로 보면 덤 7집 반을 공제하고 반면으로 4집 반가량 알파고가 앞섰고, 프로 기사의 대국에서 4집 반이면 아마추어에서는 소위 '만방' 이라는 점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일반 뉴스나 신문들은 우세한 국면에서 이세돌이 실수 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국 내내 단 한 번도 이세돌이 우세했던 적이 없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나무위키).



그러나 결국 인간이 승리할 것?!


총 5국 중 제 1국을 승리한 DeepMind 측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뛸 듯이 기뻐하며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한 편, 대국을 끝낸 알파고는 담담하게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0001011010111110101000010111101010...". 믿거나 말거나.


IT 관계자로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긴 하지만 ..., 어찌 보면 섬뜩한 결과에 무서운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이미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컴퓨터에 회계사, 변호사, 각종 자문역할 등의 전문직 일자리까지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이 시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냉정하고 실수가 적은 '컴퓨터'라는 상대방을 몰라서 방심한 한순간의 실수일 뿐, 결국 바둑에서만큼은 인간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 대국 결과를 두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대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최종 승자는 인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나는 이 말이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사람은 컴퓨터를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영화 '터미네이터' 와 같은 암담한 종말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번외1: 2국도 졌다, 이 난국을 어떻게 하나?


1국에 이어 3월 10일에 속행된 2국도 완패했다. 알파고의 "신의 한 수" 인 37수는 인간의 고정관념의 정곡을 찔러버린 수라고들 한다. 알파고가 1분 만에 한 수씩 둔다는 생각도 깨졌다. 국면이 복잡해지자 2분가량 소위 '장고'를 하는 모습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생각외로 만만치 않다"가 아니라 이제 한 판이라도 이겨야겠다는 인간 이세돌의 절박함은 다음과 같은 대응책을 밤새 고안해 냈다. 그의 절친 홍민표 9단, 박정상 9단 등과 함께...(경향신문).


그런데 이 와중에 이세돌이 졌기 때문에 바둑의 부흥을 위해 새누리에 입당했다는 조훈현 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참으로 오묘신기 빵빵이다. 어쨌든...,


  • 알파고는 수많은 계산이 필요한 초중반에, 변수(경우의 수에 의한 변화)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즉 오묘한 형세 변화를 주도하는 '패'를 유도하여 반상의 변화를 꾀한다(이 부분은 대국 후 이 9단과 함께 작전회의(?) 를 했던 동료 기사들의 주문이었고, 정작 이 9단 본인은 "자기의 바둑을 두면 되지!"라고 결연히 말했다는 후문이다 = 노컷뉴스)).
  • 마찬가지 전략에 의해, 알파고가 싫어하는 듯한 국면 즉, 판의 모양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수 줄이기"이다. 상대방도 완벽한 인공지능은 아니므로 초중반에 알파고가 저지르는 실수를 파고들면서,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후반에 실수를 줄여야 승산이 있다(사실 알파고의 37수는 일종의 실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하수이기 때문일까? ^^;;).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진정한 세기의 대결"이다. 이세돌 파이팅!!!



번외2: 3국도 완패, 그런데 커제라면?


3국도 걱정했던 대로 완패하고 말았다. 이제 5국 중에서 단 한 판이라도 이겨 보는 게 목표로 바뀔 듯하다. 패에 의한 복잡한 양상은 피하는 듯했지만, 팻감을 염두에 둔 형세 판단에 의한 선택도 정확했다는 평이 지배적인 듯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간이 인공지능 컴퓨터에 도전하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돌아가는 분위기상, 최근 이세돌과 호각을 보이는 중국의 커제 9단이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일 듯한데, 그 결과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편, 국내 뉴스들이 전한 바 있는 커제의 '망언'은 중국어에 일가견이 있는 한 네티즌에 의하면 오보라는 얘기가 있다. 다시 한 번 국내 기자들의 기레기적 속성이 고개를 내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MLBPARK). 번역된 내용을 보면 커제가 했던 말 어디에도 "이세돌이 인류 대표 자격이 없다." 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확인 없이 퍼 나르기만 하는 "기레기는 각성하라!" 제발~!!!



번외3: 이세돌의 첫 승리를 축하합니다


마음을 비운 듯한 이세돌이 드디어 최강의 인공지능 알파고(알사범, 알9단으로도 불리운다고...)에게 첫 승리를 거두었다. 이 9단의 힘겨운 승리를 지켜보며 2014년에 개봉했던 영화 "신의 한 수" 의 내용이 잠깐 떠올랐다. 주님(안성기 분)이 죽어가면서 태석(정우성 분)에게 한 말이다. "너무 유연해서 꺾을 수가 없어. 부러지지가 않아... 아이가 두는 거야, 순수한..."



영화 "신의 한수(2014, 조범구 감독)" 중에서



어쨌든, 이로써 인공지능도 상대방의 신의 한 수에 멘붕(?)을 겪고 '떡수' 를 두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과, 알파고도 불계패 즉, "돌을 던질[각주:3]"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집념의 이세돌, 정신력과 집념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바둑계의 동료 기사들도 "아름다운 바둑", "멋진 대국"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이세돌의 회심의 일격. 사진 출처: Yettie Studio 생중계 화면 캡처




AlphaGo, 돌을 던지다! 사진 출처: Yetti Studio 생중계 화면 캡처



2016년 3월 13일 이세돌:알파고 제 4국 기보. 타이젬 기보 캡처



- Barracuda -


  1. 더 이상 불리한 국면을 타개할 방법이 없자 랜덤하게 아무렇게나 두어 버리는 일종의 버그수. 정작 상대방인 카스파로프는 도대체 이게 뭔가 하고 깊은 고민을 하다 멘탈이 무너져서 악수를 두고 이후 게임들까지 망쳐버렸다는 후문 [본문으로]
  2. 타이젬바둑(Tygem)은, 동양온라인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바둑사이트. 2004년에 설립되었고 한국, 일본, 중국 각지에 홈페이지가 있다. 대국 시스템 이외에, 기전, 바둑강좌, 각종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등의 바둑기사, 동양그룹, 중앙일보, DACOM 등에 의해 설립되었다. 2008년 7월에는 홈페이지 명칭이「동양바둑」이라 개칭되었다(위키백과) [본문으로]
  3. 전해지는 바로는 승리할 확률이 10% 이내이면 항복 즉, 돌을 던지게 되어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