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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Humanity

면접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 긴장은 에너지다

 

 

 

다니는 회사에서 4년 동안 개발자를 구하면서 면접을 진행해 왔다. 인사담당자가 아닌, 개발 부서의 수장으로서, 내가 정말로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을 직접 뽑는 작업이었다. 지금의 20명 남짓의 보석 같은 사람들을 뽑기 위해, 둘러본 이력서와 자소서들만 줄 잡아 수 천건, 프린트 해 놓았던 서류만 수 백 매에 달하고, 지금도 캐비넷 한 켠에 쌓여 있다.

 

국내 IT업계의 어려운 점은 해외의 그것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경제가 불안하고 사람은 넘쳐 나도, 정작 필요한 한 사람 뽑기가, 제대로 내마음에 드는 사람, 그 중에서도 내 회사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확률이 체감상 1/200 이나 되려나 모르겠다 싶다. 더군다나 전도는 유망하지만 규모가 작은 소기업이나 중기업이라면 이 확률은 더 내려가지 않을까?

 

 

이제 기업의 면접관 입장에서, 어떤 지원자가 정말로 '뽑고 싶게' 되는지를 한 번 정리해 두려고 한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든, 이직자이든, 절실한 마음으로 직장을 구하려 하는 분들은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누구나 긴장한다, 긴장을 즐겨라

 

너무 긴장해서 실수 연발인 사람보다는 차분한 사람이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차분한 사람은 의욕이 적어보일 수 있다. 차라리, 적당히 긴장감을 보이는 지원자가 더 관심이 간다. 긴장감을 너무 억누르면 멘탈이 무너져서 실수하게 되듯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다스리고 동기부여를 해서 가슴이 식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 연습을 해 두자.

 

니체는 그의 여러 작품과 저서에서 "긴장(tension)이란 에너지이고, 현재에 대비한 미래에의 갈망", 즉 활의 긴장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 냈다. 긴장해서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로 좌절하지 말고, 나의 팽팽한 긴장감을 잠재력의 뚜껑을 여는 에너지로 사용해 보도록 하자.

 

과욕은 금물이다

 

일찍 도착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10분 이상 일찍 도착하는 사람은 별로다. 면접관은 거의 다 간부급 이상의 사원이다. 빠듯한 일정 중에서 한 두시간 씩 업무 시간을 쪼개서 참여하는 경우이거나 이미 다른 면접 일정이 있어서 시간을 조정하고 참석하는 것이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결례에 속한다는 뜻.

 

시선이 산만하게 흩어지거나 아래로 처진 사람은 별로다. 그렇다고 너무 뚫어지게 면접관을 응시하는 것도 좋은 방식은 아니다. 시선 처리는 편안하게 면접관의 턱이나 목 근처를 보다가 말을 할 때 가끔씩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는 것이 좋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려 하지 말라. 과욕은 거부감을 부르고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매도되기 쉽다. 절도 있고 씩씩한 것은 좋지만, 질문에 매번 앵무새처럼 복창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꼭 전화영업원 같은 인상을 풍겨서 면접관이 시간을 잃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경험상, 면접관은 '지나치게 오버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떨어뜨리고 싶어 한다. 면접관도 피면접자를 대하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면접관은 되도록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면접을 진행하려 할 것이며, 너무 조(躁, Up 된 상태)한 사람과 너무 울(鬱, 침체된 상태)한 사람을 서둘러 제외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무 능력의 관점에서 열정을 가져라

 

진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내가 가진 경쟁력이 뭔지, 나만의 장점이 뭔지. 비록 긴장해서 목소리는 떨릴지라도, 자신의 강점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눈이 한 번 더 간다. 그런 강점이, 지원하는 업종의 직무에서 핵심 역량과 맞아 떨어지도록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java 또는 C++ 프로그래머로서의 핵심 역량은 여러 가지가 있고, 면접관의 생각에 따라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의 정답은 없지만, 객체지향언어의 개발자로서, 객체지향 언어의 가장 핵심중 하나인, '추상화로 인한 코드의 재사용과 클래스의 파생관계를 이용한 계층적 로직의 설계'에 대해 나만의 실질적 코딩 사례와 실제 클래스 구조 정도는 머리 속에 담아두고, 누가 물어 보면 자다가 일어나서도 거침 없이 튀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이든, 경력 지원자든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실무적 지식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나의 열정과 목표의식을 담아서 연습하고 실험하고 밤을 새서라도 테스트에 몰입하고 검증해서 진정한 내 실력을 갖추는, 뼈를 깎는 노력을 직접 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교훈이나 소감을, 친구에게나 거울속의 나에게 설명해 보라. 때로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도전하면, 좋은 소식을 접할 때가 꼭 온다.

 

아주 옛날에 이런 흔한 시구가 유행된 적이 있었다. 지은 이가 어떤 사람이든, 이 문구 만큼은 당시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한 번 내 에너지를 쏟아부어 뭔가를 이루어 내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자각한다면, 누가 시키고 등 떠밀지 않아도 하게 되어 있다. 나를 그런 상태로 몰아 넣고, 앞을 향해서 달려나가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런 당당한 모습을 면접관에게 보여주자.

 

입사지원자의 기본, 회사 알아보기

 

면접에 떨어지고 낙담하다 보면, 으레 그렇겠지 하면서 등한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회사 정보 알아보기. 내가 입사하려는 회사에 대해 최소한 기본 정보는 알아 두자. 수박 겉핧기 식으로 아는체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면접자의 기본 중의 기본 활동이 바로 이것이다. 지원 동기를 발표할 때도, 회사에 대해서 질문을 요구 받을 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입사지원자 스스로가 자신이 이 회사에 입사하기를 원하고 있는지의 확신을 가지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이다.

 

홈페이지 방문을 통해서 회사의 연혁과 특색 있는 과거 이력을, 기사 검색을 통해서 최근 동향을 익혀 놓는 수고 정도는 기본의 기본이다. 틀에 박힌 지원 동기를 앵무새처럼 주절거리기 보다는, 님의 회사가 이런 사회 기여를 해서 감동 받았다거나 어떤 특허를 출원해서 기술적으로 매료 되었으니 그런 회사에서 근무하는 일이 자랑이 될 것이라는 식의 말이 훨씬 더 면접관에게 임팩트를 준다.

 

스펙 걱정 하지 말고, 떨어 졌다고 낙심 말자

 

스펙 쌓기. 요즘 채용 지원자들의 뜨거운 화두이다. 스펙에 연연하는 지원자는 스펙 때문에 떨어진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채용 기준에만 맞는다면,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면접에 떨어 진 것 같다고 어느 여고생이 친구에게 짜증스럽게 하소연한다. "그 때 왜 그렇게 병X 같이 버벅 거렸는지, 나 참 바보같애. 교수님이 날 어떻게 봤을까?". 그 여학생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 버벅거림이 긴장에 의한 버벅거림이었는지, 아니면 자신감, 자존감 부족에서의 버벅거림이었는지.

 

면접에 떨어 질 수 있다. 잘 나간다는 모 방송국의 PD들, 영화 감독들, 여러분들의 직장 상사나 교수님들도, 필자도, 심지어 당신을 평가했던 면접관들 마저도. 지금 모든 시청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대하는 긍정의 아이콘, 국민 MC 유재석도, 데뷔 초기 이후 아무 특징도 없고 무능력해 보였다던 그도, 긍정적으로 항상 웃는 얼굴로, 연구하고 주변을 감싸 안는 포용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10년도 넘게 지키고 있지 않는가?

 

 

누구는 쓰러지고 뒹굴고 낙담하지만, 누구는 쓰러져서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난다. 누워 있는 것은 자유지만, 다시 몸을 일으켜 도전하는 것은,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당신이 가능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한... 그것은 당신의 의무이자, 당신을 믿고 지켜봐 주는 부모님과 어른들,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책임이자 예의이다.

 

이제, 힘을 내고 달리자 !

 

- Barracu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