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본다. 완벽한 운전이란 있을 수 없지만,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하는 가장 안전한 운전은 우리가 노력만 한다면 해 낼 수 있다고 보는데. 한국에서 20년 넘게 운전을 해 오고 있지만,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불쾌하고 불편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 동안 운전해 오면서 겪은, 우리의 나쁜 운전, 잘못된 교통 문화에 대해 솔직히 나열해 보자.
조급한 운전, 무엇에 쫒기는가?
최근에 교차로 꼬리 물기, 정지선 미준수에 대해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원래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너무도 많이 하니 이런 일이 생긴다. 문제는, 실제로 바쁜 사람은 거의 없는데 왠지 바쁜 척들을 하는 것 같다. 내 행동 때문에 다른 차들의 진행을 막고, 내 차에 탄 사람들에게마저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만드는 불쾌한 상황이 너무 많다.
신호가 초록색을 바뀌기도 전에 차는 이미 횡단보도를 넘어 교차로로 반 쯤 들어서 있다. 마치 자동차 경주로에서 출발을 대기하는 것처럼 ... 그러다 신호가 바뀌면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 외국에서도 간혹 스피드광이나 과시욕이 있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주에 나서는 차량이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무례하고 배려 없는 난폭 운전
갑자기 내 차선 앞으로 들어와서 사람 놀라게 해 놓고도 눈도 깜빡 안하는 이상한 운전자. 이미 몇 초 전부터 깜빡이 켜고 차선 변경을 알렸는데도 자기 앞으로만 들어가려면 쌩~ 하고 틈을 안 내어 주려는 이상한 놈. 이미 차의 반이 차선에 진입 했는데도 상향등 번쩍거리며 위협하는 더 이상한 놈들.
교차로 근처 마지막 차선에서 직각으로 진입해서 남들 차선을 막아서며 좌회전하려는 묘한 두뇌 구조는 또 뭔지. 가끔은, 마지막 차선에서 보행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서, 맞은편 도로 끝에서 좌회전 하는, ㄷ자 모양의 유턴을 보기도 했다.
밝은 대낮에 졸음 운전자처럼 지그재그 운전을 하는 이상한 차도 있다. 지나치면서 보면 열 중 아홉은 핸드폰 통화나 DMB, 내비를 만지작 거린다. 심지어 마스카라를 붙이거나 눈썹을 그리는 고난도 작업을 하는 여성분들도 더러 있다. 한 마디로 미친 거다.
보행자도 운전자도 규칙을 외면한다
특히 이면도로 신호등 있는 횡단 보도 앞. 보행 신호를 기다리며 차를 세우고 있으면 뒤에서 재촉한다. 신호 위반해서 그냥 가자는 얘기다. 신호를 지키면 나쁜 놈이 되는 거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무시하고 좌회전, 직진을 서슴치 않는 운전자들. 심야 교차로에서 신호를 준수하는 택시기사는 본 적이 없다.
시속 110 Km 제한속도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Km로 달리면 일차선이 아닌 데도 비키라고 신호를 보낸다. 110으로 정속주행 하며 규정대로 달리는 차는 열에 서넛도 안된다. 캐나다나 미국은 학교 근처, 시속 20Km 제한도로에서 21Km 로 달리면 운전 면허 자체가 불합격이다.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차가 오지 않으면 횡단보도 신호등이 붉은 색이어도 핸드폰 보면서 그냥 길을 건넌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아주머니도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건넌다. 가방 맨 중고등학생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냥 길을 건넌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내가 더 무안해진다.
불친절한 표지판과 도로 표식, 빈발하는 사고에 무감각한 도시 행정
일주일에 서너번은 꼭 사고가 나는 도로 근처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늘상 그 도로에는 하얀색 스프레이로 그린 그림이 2-3개는 보인다. 큰 도로와 작은 도로가 만나는 일종의 교차로 모양이지만 작은 도로쪽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없는... 이런 도로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지금도 사고가 나고 있을 것이다. 큰 도로의 직진 신호가 붉은 색이 되면 너도 나도 4방향으로 좌회전, 유턴을 시도한다. 심지어 경찰차도 일반 운전자와 다를 바 없이 이 엉터리 무질서를 수수방관하고 지나친다.
큰 도로, 특히 도심 고속도로에서 갈래길로 빠져 나가려 할 때, 너무 비현실적으로 안내 표지가 그려져 있다. 최소한 운전자 입장에서, 앞으로 언제쯤 빠져나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안내 표지판이나 길위에 화살표 표식을 눈에 잘 보이게 해 주어야 하는데, 이런 갈래길이 몇 년째 방치되고 있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중앙선 위의 빛을 반사하는 노란 표시는 원래 기능이 없었는지 어두운 밤에도 보이지 않고, 비만 오면 차선이 보이지 않아 옆차와 거리를 재며 곡예 운전을 해야만 한다.
택시의 횡포
택시기사들은, 때로는 카레이서로, 때로는 무례한 고집불통 차선 유지로, 난폭한 위협 운전 차선변경 전문가로, 교차로 맨 끝 차선을 물고 남들 우회전을 못하게 하면서도 앞만 바라보고 모른 체하는 꼴통영감으로 낙인 찍힌지 오래다. 가끔 택시를 타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마주 인사는 커녕 대꾸도 않고, 앞만 보고 경주를 시작하는 서비스 정신 투철한 분들도 너무 많다.
나쁜 운전 문화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의 엉터리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열거해 보자. 조급증과 불안감, 안전불감증, 몰상식, 비인간적 양심불량...
이런 나쁜 문화를 비단 한국 운전자들만 가진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도 운전하면서 쓰레기를 버려서 도로 끝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어서 계도를 하기도 한다. 가끔씩은 불가능한 곳에서 불법 유턴을 하기도 하고, 난폭운전 같은 것들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이상한 운전자들이 많은 것은 분명히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도속도로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차선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도심이나 저속 구간에서는 깜빡이를 켜면, 열이면 열, 바로 자기 앞을 내어 준다. 내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 봤을 때, 곤란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누군가 사고를 당하면, 자기 차를 안전하게 멈추고, 담요나 도움이 되는 물건을 가져와서 도울 것이 없는지 물어본다.
우리에게 모자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조금 더 성숙하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자식들과 후손들 앞에서 행동하고 보여 주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손가락질 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운전 습관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을 들춰내 보았다. 쓰고 보니 우리 나라의 운전자 모두가 저열하고 질서 의식이 없거나 몰상식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한국의 모든 운전자들이 수준이 낮거나 전반적으로 교양머리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 정도로 우리 민족의 정신 세계가 엉망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우리 같은 좁은 길에 낮은 수준의 도로 행정과 인프라라면 다른 나라 어느 민족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같은 미국이라도 LA나 샌프란시스코는 질서 의식이 높지만, 뉴욕의 교통 문화는 상당히 거칠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말이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끈기와 열정은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자주 만나는 무뢰한들이 줄어 들려면, 시대를 주도하는 행동하는 양심들이 먼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국의 교통사고 건수나 사망률은 2013년 현재, 아직까지도 OECD 국가중 1위다.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 11.3명, 어린이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 25.6명이라는 오명을 씻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먼저 해 보는 좋은 운전 습관 만들기, 오늘부터라도 하나씩 해보자. 습관은 전파되고 문화가 된다. 문화가 사회를, 나라를 살찌운다.
- Barracuda -
'The World > Human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움을 포기하는 법 - <인생사용설명서> 중에서[좋은 글] (0) | 2013.12.23 |
---|---|
면접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 긴장은 에너지다 (0) | 2013.11.18 |
보라색 알맹이 - 작살나무 열매 (0) | 2013.11.01 |
고우영 화백님, 만화 더 보고 싶습니다 (0) | 2013.09.26 |
지인이 만들어준 솟대 - 인테리어로 아주 그만! (0) | 201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