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재조명 - 크로스오버(Cross Over)의 대표격,

전자 바이올린과 바네사 메이와의 만남


전자 바이올린, 그 강력한 비트와 클래식의 섬세한 선율에 처음 빠져 든 건 바네사 메이(Vanessa Mae)의 연주를 들으면서 부터이다. 클래식의 현악기가 전자적으로 다시 태어나, 그녀에 의해 클래식이 재조명되었던 순간이다. 78년 싱가폴 태생, 태국인 아버지와 화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중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1990년, 우리 나이로 13살에 1집 앨범으로 클래식계에 데뷔, 1997년 뮤직어워드 클래식 아티스트 상을 받은......


과감한 편곡과 헐벗은 노출 의상으로 하얀 바이올린을 들고 물속에 서서, 또는 클럽 음악에 맞춰서 몸을 흔들듯이 격렬하게 춤을 추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폭발적이면서 가녀린 선율과 비트를 구사하던 그 파격. 4~5번째 앨범인가부터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였던, 클래식 음악은 몇 곡 모르지만, 내가 아는 가장 격정적이고 매력적인 Vivaldi의 사계 중 여름 3악장 Presto(Storm이라고 불리운다)를 그녀는 이렇게 녹여냈다. 가히 충격이었다. 그런 그녀를 나는 '도발적 당돌함' 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건 음악 프로모터인 멜 부시(Mel Bush)로 알려져 있다. 유명한 멜 부시 사단의 멤버로는 바네사 메이, Bond 그리고 현란한 속주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전자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가 있고, 막심은 9세에 피아노에 입문한 크로아티아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로 피아노의 바네사 메이라고도 불리운다.


Youtube - Vivaldi, Four Seasons III, Presto(Storm)



또 하나의 파격 - 아찔함으로 대표되는 본드(Bond)


몇 년 후, 멜 부시가 발굴한 또 하나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그룹, Bond 를 우연히도 TV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2003년 즈음, 전지현이 나오는 어느 샴푸CF(엘라**)에서 Bond의 Fuego를 듣는다. 경쾌하고 또 열정적인 그 곡에 매료되어 알아 보았더니 전자 바이올린2, 전자 비올라, 전자 첼로로 구성된 전자 현악 밴드. 그들의 음악 중 Victory는 하나포*의 CF에서도 쓰였다. 느낌이 마치 어릴 적 듣던 폴모리아 악단 음악의 전자 버전인 것 같았다.


그 만큼 완성도(비 전문가가 보기에도...^^;;), 역동성과 비트가 강렬한 곡은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약간 아이러니 하지만, 그들 음악 중 가장 귀에 때려박히는 곡은 코로부쉬카(Korobushka)로, 정통 현악4중주로 편곡된 러시아 민요. 아이폰3를 사용하던 해부터 지금까지 내 아이튠즈의 곡 목록에 빠짐 없이 옮겨져서 요즈음도 자주 듣게되는 곡이다.


Bond의 음악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찔한 파격'이다. 정통 클래식 전공자(영국의 명문 길드홀 음악원, 왕립 음악원, 시드니 음악원 출신의 매력적인 여성 4인조)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2000년 영국에서 처음 활동하기 시작, 2001년 미국 증권거래소 앞에서의 연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Youtube - 러시아 민요 Korobushka(Bond, 어쿠스틱 연주)



한국의 크로스오버 대표주자 -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


한국의 크로스오버 중 전자 바이올린 분야는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역사적으로도 일천하고 규모와 질에서도 뒤지고 있음이 현실이다. 물론 전자현악기가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고, 걸/보이그룹의 아이돌들 위주로만 비대해지는 한국의 음악/예능시장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마이너에 해당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산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의 꾸준하면서도 다양한 방면의 음악 활동은 참 보기 좋다. 2008년 9월, 베토벤바이러스에서 연기자로 처음 매스컴에 존재를 알렸지만 실제로 직업 연기자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음악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2008, 2009 각각 2개의 앨범을 발표하고, 베토벤바이러스 홈페이지 배경음악(알비노니의 아다지오) 편곡, 드라마 꽃보다남자, 장화홍련, 영화 화려한 휴가 OST 작업, 이후에도 작지만 사회 봉사와 지역 문화행사와 연계된 다수의 음악 활동이나 코리아 갓 탤런트, 스타킹 등에도 깜짝 출연. 어느 사찰에서 주최한 산사음악회, 문화재단 주최 공연 참가 등의 문화 콘서트 활동, 필리핀에서 펼치는 해외 음악  활동, 잡코리아의 나꿈소 등, 참 부지런한 엔터테이너가 아닐까 싶다.


앨범을 소개한 어느 뉴스에서 공식적으로는 뉴에이지 아티스트라고 했지만 너무 먼 표현인 듯하고, 펜으로서 보는 그녀는 바이올린만 들면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활을 움직이면 음악에 대한 불 같은 정열이 끓어 오르는 프로페셔널 연주자라고 기억하고 싶다.


실제 대면해 본적은 없지만, 아마도 베토벤바이러스에서의 애교스러우면서도 싱그럽고 발랄한 모습이 실제 그녀의 모습이 아닐까하고 상상해 본다. 물론 연출자의 주문에 의한 컨셉일 수도 있지만, 연기였다고 하기엔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극 중 시향 멤버 오디션을 볼 때, 바네사 메이가 연주 했던 바로 그 Storm 부분이 흘러나오고 주희 역의 박은주와 주연 역의 조세은이 실제 연주를 하며 나타난다.


같이 연기했던 조세은(신비)씨는 2004년 싱글앨범을 발표한 국내산 현악4중주단 벨라트릭스(Bellatrix)의 멤버였다고 전해진다(이 분도 스타킹에 출연한 적이 있다). 박은주의 이런 활발한 활동으로, 잊고 살았던 바네사 메이의 충격과 본드의 아찔함이 다시금 되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2011, SBS 스타킹 출연


박은주 이외에도 2004년 즈음부터 활동을 했던 일렉쿠키(ElecCookie), 벨라트릭스와 같은 전자 현악 그룹들이 이미 있었지만, 그녀가 알려지고 난 뒤부터 국내에 전자현악기에 대한 존재감이 살아났고, 이후에 유튜브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조아람, 이승현, 올리빅스, 에프샵, 일렉로즈, 하림과 같은 동류의 음악가들의 활동이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선구자는 아닐지라도 선두주자급 이라고는 불리울 만 하지 않을까?


"박은주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

지난 26일, 패티김 씨가 55년의 가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은퇴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무대에서는 더 이상 그 분을 만나볼 수 없게 된 것인데, 기쁜 마음으로 자유인이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지만, 박수를 쳐 드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다. 내가 좋아 하는 배리 매닐로우(1943생, 70세)나 90년대를 화려하게 주름 잡던 2인조 여성 락그룹 Heart(Ann Wilson 1951생, Nancy Wilson 1954생)이 지금도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교해 보면 말이다.


이유가 어떻든, 한국의 음악 시장이,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져 본의 아니게 퇴물 취급을 받게 되는, 숨이 짧은 시장이어서 더 서글픈 생각이 든다. 흘러간 옛 스타들이 가끔 티비에 나와서 옛 노래를 부를 때, 갈라지고 튜닝되지 않은 목소리로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던 그 장면들에서 느끼는 비애감이란......


유튜브 - 박은주 영상모음


☞ 잡코리아 나꿈소(나의 꿈을 소리치다) 출연(2013.6) 동영상


순수 국내산 전자바이얼린 연주자인 박은주의 펜으로서, 전자바이올린으로 최고로 성공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부탁을 드린다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아직은 젊고 싱그러워서 다 해내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마도 많은 시련과 고통을 맞는 순간 들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세상 모든 일을 다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같은 분야에서 10년을 열심히 생활하면 고수의 자리에 오르고, 또 10년을 갈고 닦으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아마도 자신의 분야가 진정 내가 해 보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었다면처음 시작하던 그 뜨거운 마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활동해 주시면 좋겠네요.


높게 바라볼수록 정상에 가깝게 올라 갈 수 있고, 작은 공은 큰 구멍을 타고 넘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가진 재능이 더 발휘되어서 듣는 이의 가슴을 더 뭉클하게,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도록 한 곡 한 곡에 혼을 담아 오래 오래 좋은 음악 들을 수 있게 활동해주세요"



블로그에 개재할 사진 이미지 때문에 페북으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박은주씨가 이런다. "네네 ^____^ 편한대루 하시와요 다만!!! 뽀샵좀 ㅜㅠ ㅋㅋㅋㅋㅋ 이쁘게 부탁드려용"


헐헕헕ㄹㄹ~. 천만에요. 님은 이미 충분히 예쁘십니다. 그렇게 태어나기 쉽지 않아요.


전 이미 박은주님의 연주 모습에서 충분한 가능성과 서글서글한 눈매의 한 켠에 비친 우수, 착하디 착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았답니다. 앞으로도 더 큰 발전과 성공이 함께하게 될겁니다. ^_^.


[주목]

구글 검색에서 '박은주' 라고 치면 검색결과에 가수라고 나옵니다. 사진은 박은주 본인이 맞긴 한데, 트로트가수 박은주씨와 혼동되었네요. 아마도 구글에서 로봇으로 검색결과를 분류했기 때문일텐데 이거 좀 고쳐 졌으면 하네요 ^_^.


[참고] 추가

조아람 양 연주곡 중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첨부해 봅니다.



- Barracu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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