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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IT 중소기업의 공통점


필자는 다년간에 걸쳐서 옛 정부투자기관, 출연연구소, 중소 벤처의 개발/설계자와 간부, 임원을 두루 거쳐왔다. 정부투자기관/출자회사나 출연연구소는 정부의 시책과 경제 상황, 여건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이름과 역할이 바뀌는 경우는 있어도 잘 망하지 않는다.


KT 라는 대기업의 경우는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부출자기관으로, 여기에서 또 민영화의 물결을 탄 특이한 경우이다. 물론 민영화는 되었으나, 정부 규제와 심의, 통제의 틀 안에 묶여 있는 사업체이다 보니 겉 모습과는 다르게 완전한 독립은 아닌 듯 하다. 심심치 않게 낙하산도 떨어지는 등의 모습만 봐도 말이다. 하기야, 여담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라면 어느 기업이 인맥, 지연이든 강압이든 정부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쩌면 낙하산 얘기만 꺼내도 소위 종북이라고 몰아붙여질 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IT 계통의 민간 기업은 거의 다 벤처, 요즘 말로 스타트업 적인 성격을 지닌다. 개인 자영업자도 비슷하겠지만, 리스크를 덜 부담하기도 하고, 다루는 아이템도 음식이나 생필품 같은 생활 밀착형의 것들을 다루기 때문에 성격이 좀 다르다.



필자 본인이 남들에 비해 썩 다채롭고 고급의 이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어떤 면을 보면 회사가 흔들리는 징후가 되는지는 알아 차릴 만한 판단력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본 글에서는 필자가 거쳐온 몇 개의 기술집약적 중소기업들 중에서 망한 회사, 망해가거나 이름만 살아 있는 IT 분야의 '실패한 회사' 들의 공통점들을, 경험자 입장에서 기억을 되살려 정리하려고 한다.



1. 시작은 좋으나 뒷심이 없는 리더


머리 좋고 설득력 있는 소수의 리더가 제품을 기획/설계하는 부분까지는 좋다. 시작은 항상 일사천리다. 왜냐 하면 한 곳만 집중적으로 바라 보면 되니까. 하지만 일 년이상, 3~5년까지의 계획에는 당장 관심이 없다. 그래서 초반부터 속전속결로, 수 개월 내에 집중적으로 개발해서 승부를 걸고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프로토타입에서 그치기 쉽다. 제품 경쟁력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은 원형 그자체인 것이다. 개발이 진행되는 수 개월동안, 다른 경쟁자들이 얼마나 시장을 분석하고 자신들의 제품을 평가하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떤 홍보를 하고 있는지는 큰 관심이 없고, 있더라도 흘깃 하고 지나친다. 혹시 직원중에 누군가가 타사 경쟁 제품을 언급하면, 리더는 다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 리더는 경마장의 말과 같다. 좌우에 눈가면(차안대라고도 한다)을 한 말은 앞만 봐야 한다. 이렇게, 말처럼 소심하지만 열정적이고 성미 급한 리더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시장의 요구 상황, 타임 투 마켓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는 경우도 많고, 제품의 완성도, 경쟁력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경쟁력은 부족하고 가능성만 가진 프로토타입을 협력사나 투자자에게 포장해서 보여주고, 계약을 성사시켜서 실무개발진들을 몰아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등골 뽑아 먹기'.



보통은 초기부터 제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부서가 없거나, 그런 역할을 하는 담당자가 극소수이고 심지어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묵살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 회사는 이미 망하는 길에 들어 선 것이다.



2. 오래 되고 명망있는 기업을 겁 없이 롤모델로 삼는다


최고의 직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SAS, 구글 같은 회사를 겁 없이 따라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 그런 회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언젠가는 저렇게 되야지' 라는 생각으로, 피상적인 잘 된 점만을 보고 환상을 쫒는다. 그런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어떻게 체계를 갖춰야 하고 리더 자신이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다만, 눈 앞에 보여 지는 거창한 비젼 앞에서 젊음을 혹사하다가 지쳐서 힘들어 하는 직원들을 독려한다. "비젼을 보라", "그 수준에 잠이 오냐", 이런 식이다.



기업의 비젼은, 창업 당시에 핵심 인물들이 모여서 합의하고 서약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에 영입된 직원에게도 그 철학이 정확히 전달되며, 회사는 그 약속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공유하면서 지켜 나갈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3.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리더 주변인만 챙긴다


사람을 중시하고 직원들을 아낀다고 말하지만, 막상 그들이 떠나면 험담하고 깎아 내린다. 하급 평사원을 무시하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며, 함부로 대한다. 정작 리더 본인은 일 때문에 힘들고 지친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아랫사람이 힘들어하면 핑계 댄다고 무시한다.



4. 회사의 상황을 잘 공유하는 듯하나, 투자자 따로 직원 따로


백년의 가계나 성공한 기업스토리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이다. 회사의 상황과 비젼을 모든 직원에게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보고하는 비젼과 직원에게 오픈하는 비젼의 버젼이 판이하게 다르다면,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명확히 서면화된 비젼을 직원에게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지 못하는 회사는 위험하다,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많다.


설립 초기에는 자금 사정상 야근, 주말근무 수당을 못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목말라 하는 이러한 부분을 언제, 어떤 방법을 개선해 줄지의 약속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회사도 나중에 무책임한 말을 할 가능성이 많다.



5. 제품의 평가는 나의 평가이거나 지인의 평가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거의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지고, 인터넷 포탈 리뷰나 트위터, 페이스북이 난리가 난다. 제품을 만들어서 평가를 들어 보니 반응이 좋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반응은 리더 본인의 자기 최면이거나 지인의 반응일 경우가 많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위한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묵살하는 리더가 있다면, 이미 그 회사는 망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6. 리더가 위기에 봉착하면 딴 짓을 한다


어떤 회사든지 크건 작건 간에 위기를 맞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갑자기 대규모의 지하자금이나 눈 먼 돈이 유입될 예정이고 본인 인맥에 의해 가능해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는 유력한 투자자의 영입이 확정되었다라는 얘기를 한다. 대개의 경우 그냥 가능성이 조금 있거나, 투자 의향이 있을 듯 말 듯한 경우가 많다. 특히 상호 제휴 계약서가 어떠니 하는 말만 오간 경우에도 거의 확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특히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종교 원리 같은 얘기를 하면서 "나를 믿고 따르라", "좋은 세상이 온다" 이런 식의 종교집회도 아닌 이상한 직원회의가 있으면, 최대한 빨리 신변을 정리하자.



또, 정작 위기가 오면, 리더가 해외 또는 장거리 출장이 잦거나 굉장히 바쁜 척을 하며, 중요한 회의 약속 시간에도 자꾸 늦는다. 심지어 거래 업체와의 회의에도 잡다한 이유가 생겨서 늦게 도착한다.


무너지는 리더, 방향성을 잃은 리더의 오점은 바로 본인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 하려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착각할 수 있다. 진정한 리더의 참된 용기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자주 하며, 직원들을 직접 채근하고 감시하며 우왕좌왕한다. 본인의 인맥을 믿으라고 회유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본인이 다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안심 시키려 한다.



7. 경영진, 핵심 기술진이 빈번히 바뀐다


회사내 개발진과 경영 실세는 따로 있고, 관리업무나 대외 의전 역할을 할 사장이나 임원진이 자주 바뀌는 경우는 경영 방식이나 기업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임원간의 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핵심 개발자나 관리자가 갑자기 퇴사하는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 제품 개발 결과물의 한계성을 이미 간파하였거나, 기업 문화에 있어서 더 이상 개선할 수 없는 고질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수도 있다.



8. 호봉/연봉테이블에 체계 또는 일관성이 없고, 밥 값 흥청망청인 회사


연봉테이블이 주먹구구인 것을 억지로 끼어 맞추거나, 물가상승률 같은 지표도 생각하지 못하고 몇 년째 같은 테이블을 고수하는 회사는 자금 조달/관리체계에 문제가 있거나, 돈이 다른 데로 새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지나치게 기준선이 낮거나 직원을 통제하는 듯한 깐깐한 분위기도 물론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원 일인당 경비, 식대의 한계가 없고 기준이 늘쭉날쭉하거나 흥청망청인 회사는 푼돈 관리의 중요성을 모른다. 먹는데는 인색하지 않다는 말로 현혹하는 회사를 조심하라. 합리적인 원칙과 규칙이 존재하는 회사라면 예외가 될 수는 있다.


초기의 약속과는 달리, 유능한 직원에게 객관적인 보상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오래 된 직원, 창업 멤버나 경영진의 눈치만 보는 회사도 위험하다.



9. 직원 채용시에 직관에 의존하거나, 압박 면접을 즐기는 회사


일반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IT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위험을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심리적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하며, 정신력에 많이 의존 하는 직업군이다. 이런 회사에서의 압박면접은 결국 회사의 평판을 깎아 내리는 짓이고, 근무하는 직원의 능력과 충성도만 더 떨어뜨리게 된다.


10. 아랫 직원은 야근/휴일 근무 시키고 본인은 집에서 실적 챙기는 간부/임원


열심히 하는 직원 놓치고, 회사가 잘 될리가 없다. 그 직원 뿐 아니라, 그 모습을 보는 주변 직원들까지 몽땅,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이미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직원과의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회사


이번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본인의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스스로의 앞날에 대한 일종의 다짐이다. 또한,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서 실패하게 될 때의 모습은 이런 것들이니, 리더 입장과 동시에 직원입장에서, 한 번쯤 곱씹어 볼만한 이야기거리라고 생각된다.


위에 나열된 경우 외에도 다양한 실패 요인 또는 실패의 징후들이 있으리라고 본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얘기이고, 경험자의 생각이나 주변 여건에 의해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어쩌면, 여차하면 회사를 박차고 나갈 이유만을 찾는 기회주의자들에게 주는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보는 이가 어떤 시각으로 받아 들이든, 그것은 개인의 생각의 자유이니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의도는 당연히 없다.


위기의 상황을 만나면, 위 아래 할 것 없이, 전 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위기를 탈출하는 노력을 하면,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글을 보는 어떤 이든, 티끌 만큼이라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라는 말로 글을 맺고자 한다.






- Barracu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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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의 MemoLog. 쉽게 익혀 보는 IT 실습과 개념원리, 코딩 세계의 얕은 맛보기들, 평범한 삶 주변의 현상 그리고 進上, 眞想, 진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