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부모 공경이나 효를 이야기할 때 빠짐 없이 등장하는 단어 '고려장'. 심지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퍼뜨려야 할 언론사들도 아무런 의식 없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습니다('현대판 고려장' 이라는 말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듣고 쓰게 되는 최근의 말들 중의 하나).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신적으로까지 지배하여 복속시키려고 하는 무서운 의도의 결과물 중 하나일 수도 있는 '고려장' 이라는 말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 역사 기록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려장, 그 유래는?


고려사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역사책인 <고려사>(조선초기~세종때 1차 완성, 이후 세종의 수정 지시로 문종때 완성) , <고려사절요>(1452년, 고려사의 축약판, 조선 문종 당시 춘추관에서 편찬)  에는 '고려장' 이라는 풍습에 대한 단 한 건의 기록도 없습니다. 또한 유사한 어떠한 역사책, 설화의 기록에도 '고려장' 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고 전해집니다.


고려시대 당시의 장례 방식은 매장, 화장, 풍장이 있었다고 하며, 지체가 높은 고인의 매장시에 고인과 관계되었던 물건들을 같이 묻는 '순장' 이라는 매장 방식이 많이 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부모를 공경하는 '효' 사상이 최고의 덕목 중 하나였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부모를 지게로 모시고 산 채로 깊은 산에 버리거나 묻는다는 '불효'한 행위 자체가 엄한 벌로 다스려야 하는 악행중 하나였다고 판단됩니다.


[참고1] 네이버에는 고려사를 정리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한 <국역 고려사> 가 서비스되고 있음


실제로 부모를 내다 버리는 악습에 대한 이야기는 설화 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만 존재하였습니다. 국내에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며, 중국의 <효자전>에 기록된 '원곡'의 설화, 팔만대장경의 일부인 <잡보장경>에 기록된 '기로국 설화'가 존재합니다.


이 기로국 설화가 각 지방에서 구전되면서 '고리장', '고래장', '고린장', '고림장', '고름장' 이라는 말들이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부모를 버리는 악습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오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왕이 직접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고려장이라는 말의 기록이 따로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 이외에 기록들에는 고려 시대의 장례 풍습에 문장으로 된 한문 표기의 일부로 '高麗葬。', 즉 '고려는 장사를 지낸다' 와 같은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 명사로서의 '고려장' 이라는 표기는 없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날조 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원래는 없던 이런 폐륜적 행위에 대한 용어가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에 거주하던 선교사 '그리피스' 라는 사람이 1882년에 쓴 <은둔의 나라, 한국> 이라는 책에서 처음 퍼뜨렸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일본인 교사 미와 타마키가 쓴 <전설의 조선>,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동화집>에 기록이 나타납니다.


고려장이라는 말이 왜 일본인 등의 외국인들을 통해 처음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 저의를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한국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려 나약하게 만들어 쉽게 쉽게 통치하려고 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당시 순장이라는 매장 방식을 통해 무덤에 묻힌 수 많은 유물들을 도굴하기 위해서, 무덤에 묻힌 고인을 고려장과 같은 폐륜을 저지른 사람으로 매도하는데 이용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결국 앞 뒤의 정황상, 일본이 조선을 '열등국' 으로 몰아서 통치 구도를 쉽게 가져가는데에 어떤 식으로든 이용해 보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내용들의 일반적인 전파로 인해 1963년에는 김기영 감독/각본의 흑백영화 <고려장> 이 제작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1982년작,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 라고 하는 영화가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심지어 이 영화는 감독이 20년간 노력해서 3년간의 촬영을 통해 만들어진 역작이라고 합니다).



TV 방송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러나 ......


얼마 전 MBC 방송 <익스트림 서프라이즈 III> 라는 프로그램에서 '고려장'은 일제가 날조한 것이다 라는 내용의 코너를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TV 방송이라는 것이 참으로 그 호소력이나 파급력이 무서운 것이어서, 마치 프로그램의 내용이 충분한 고증과 확인에 의한 '정론' 이라고 쉽게 믿어 버리기 쉬운 속성이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이 프로그램 자체가, 수 많은 '도시 전설' 또는 '도시 괴담' 들을 끌어 모아서 방송의 힘을 이용해 '믿거나 말거나' 식의 흥미 위주로 제작된 프로그램 성격이기 때문에 다소 분별력을 가지고 시청해야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TV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처럼, 일제가 식민 통치를 위해 설화 상으로만 존재하던 고려장이라는 말을 구체화하고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또는 아니다 라는 말을 하기 전에, 초등학교 교과서의 수록 내용에서 '우리에게 이런 나쁜 풍습이 있었다' 라는 늬앙스의 내용을 게재하면서까지 "설화상으로만 존재하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야 하는가?" 라는 의구심이 마음 속에 자리 잡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비록 그것이 효행을 강조하기 위한 교훈적인 의도라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의 정신이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내용이라면 그 신빙성과 역사적 사실 확인에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영화로까지 제작된 내용이고 분명히 실존 했을 것이다 라는 추측에 의한 게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역사를 바로 알고 기록하는 것은 후손의 사명


결국, 고려장이라는 말이 자칫 일제에 의해 나쁜 의도로 날조된 말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풍부한 자료와 학식을 가지신 저명한 역사학자가 나서서, 고려장에 대한 역사적 진실은 무엇인지를 한 번 쯤 제대로 파헤쳐서 발표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역사를 바로 알고, 올바로 해석하고 기록하는 것은 후손의 사명이며, 설화로만 존재해 오던 이야기를 과연 어린이 교과서에 수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 보고자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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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의 MemoLog. 쉽게 익혀 보는 IT 실습과 개념원리, 코딩 세계의 얕은 맛보기들, 평범한 삶 주변의 현상 그리고 進上, 眞想, 진상들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11월 19일, 8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16.9%의 시청률을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동시간대 타 방송의 드라마보다 2배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등장인물의 기량이나 유명세, 그리고 스탭의 연출력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역사 왜곡이라고 하는 관심사에 의한, 의도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노이즈마케팅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요즘 세간에 시끌벅적한 막장[각주:1] 드라마 논란도 결국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저열한 행위들 때문에 지탄 받는 것이고, 드라마 기황후의 그것도 조금 넓은 시각으로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범주에 드는 듯 하다.

 

물론, 제작진이 많은 열의와 노력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고, 출연진들도 열심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보기에 어색함 없이 그럴싸하여, 작품성 면에서는 수준 있는 역작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편, 이러한 시청률 고공행진과 이슈 상황에 편승해서 각종 매체의 뉴스들도 칭찬 일색이다. 블로그 글들은 비판이나 비평과 긍정적인 의견들이 반반임에도, 거의 매번 방영전이나 직후에 하나 같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의 칭찬의 향연은 역사 왜곡이라는 화두를 덮어 눌러서 없앨 정도로 기세 등등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어떻게 보면 같은 업종이라고 후하게 봐주는 느낌도 든다.

 

 

시청률도 좋지만 역사의식은 갖추길

이 쯤 되면, 몇 년 전에도 또 그전에도, 이런 상황에서 슬그머니 머리를 드는 생각은 역시 '시청률의 노예' 나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것일 게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은 알고 보자라고 이전 포스팅에서 역사만 나열했지만, 뭔가 석연찮기도 하고 우리 시청자가 너무 우민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한 자 더 적기로 한다.

 

드라마도 상품이고, 상품은 인기가 있어야 잘 팔린다. 잘 팔리면 앞 뒤 광고의 단가가 올라가고 기업의 매출액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방송 프로그램이 잘 팔린다는 것을 말해 주는 척도가 바로 시청률이다. 광고료와 TV수신료로 먹고 사는 공영방송이라면 몰라도, 하물며 민방 채널에서라면, 이 시청률에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한 일.

 

단순히 내 저작물이나 작품에 대한 관심을 끌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필자도,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나, 영업용 홍보 PT를 기획하는 회사원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자도 누군가의 관심이나 칭찬을 기대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 저작물 또는 상품이, 내 아이와 그 또래 친구들, 앞날을 기대하는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역사 왜곡에 대한 지적들이 심해지자, 제작진이나 출연진들이 나서서 팩션(Faction)이니, '드라마는 허구일 뿐' 이라는 허울 좋은 변명(속된 말로 Dog드립)을 공개적으로 하는 모습도 나온다.

 

예술과 연기 위주로 살아가는 출연진들이야 그렇다 쳐도, 소위 역사물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연출자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한마디로 궤변이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내용에 살을 붙이고 재해석을 하는 Fact 와 Fiction 이 조합된 신조어인데, Fact 에 기반하였다는 것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역사물인 것이다.

 

만약, '허구에 입각했다' 라는 의도였다면 당연히 판타지라는 표현을 쓰고 역사물이라는 말은 쓰면 안되는 것이다. 단순히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폐륜아인 충혜왕 대신에 왕유라는 있지도 않은 가공인물만 끼워 넣는다고 해서 '몇%는 허구이다' 또는 완전 허구이다 라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한 허구인데 역사의 복원은 또 뭔가?

 

혹자는 이를 두고 매국노인 이완용을 독립투사로 묘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라고 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나름 맞는 말이라고 본다. 기승냥의 여장부다운 기개를 높이 사 주는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역사상 실존 인물들이 고려에 미친, 상식선에서의 부정적인 평가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주인공을 미화(여주인공이 참 예쁘기는 하나)하는 부분은 진정 거북하다.

 

 

특정 매체의 표현(예를 들어 '대원제국' 이라는 단어 사용)을 여과 없이 소개 페이지에 사용하는 등의 오로지 시청률을 극대화해서 드라마의 상품성만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 뒤 없이 달려만 가는 모습에, 이제는 시청자로서 식상함에서 오는 피로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때로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래 이미지는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기획의도>의 문구를 캡처한 것이다. 객관적인 전달자 입장에서 쓴 대원제국이 아니라, '이런 거대한, 위대한 원 제국'의 황후가 된 인물... 이라는 늬앙스가 상당히 거슬린다. 그 대원제국은 고려의 역사에서 내정간섭과 공녀 차출 등으로 우리 민족을 괴롭힌 또 하나의 외세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또 하나, 역사를 복원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극의 내용이 허구라고 했으면서 그러한 문구는 왜 썼던 것인지, 또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이킨다는 둥의 표현에 대해서도 계속 의문이 남는다. 그냥 사람들 눈을 사로잡기 위한 허울 좋은 추측이고 환상일 뿐이지 않는가? 그러니, 어느 블로거의 '이러다 대일제국이라고도 하겠네' 라는 빈축을 사는 것 아니겠는가?

 

엉터리 역사해석에 역사물이란 단어는 쓰지 말자

 

몇 년 전, 모 방송국의 대박 드라마 <대장금>을 이어, <이산>, <선덕여왕> 그리고 문제의 드라마 <동이>의 경우가 떠오른다. 전작들의 연장선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사에 대한 재조명 어쩌구 하면서 의욕적으로 시작한 <동이>. 초기에 장희빈의 모습은 합리적인 인품과 출중한 여장부의 그것이었는데, 나중에 질투에 눈이 먼 일반 아낙 수준으로 변질되어 갔던 이상한 드라마.

 

당초부터 기획의도가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시청률인지 외압인지, 작가의 생각이 바뀐건지 모를 이상한 무언가에 의해, 주인공인 동이(숙빈 최씨)를 부각시키기 위해 장희빈 같은 역사적 주요 인물의 비범함이 평범함으로 변질 되어 갔던 대목이 떠오른다. 이것은 비범함이 부각이 되지 않는 관점의 변경이 아니라, 변질된 것이다.

 

아마도 스토리가 잘 안풀리자, 역사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해 사료가 거의 없는 숙빈 최씨를 위주로 픽션을 감행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마저도 비판 의식 없이 본 사람도 적지 않을 듯 싶어서 갑갑하다[각주:2].

 

다시 말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 즉, 픽션으로만 봐달라고 하면, 역사물이란 타이틀을 떼고, 실존인물의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는 드라마의 존속과 시청률 유지를 위한 궤변 밖에 안된다고 본다.

 

 

의식 있는 시청자, 소비자 판단

 

가뜩이나 역사 과목이 수능에서 빠져 있어서 역사 의식이 약해진, 우리의 후배와 아이들이 연기자의 인기나 외모, 화려한 영상미와 스타일에만 마음이 팔리고, 정작 의미를 두고 알아야 하는 역사적 인물이나 배경의 의미를 왜곡된 시각으로 인지한다면 말이다 ... 우리 어른들이 실수 하는 것이고, 미래의 주역들의 정신에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결국 상품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므로, 소비자는 상품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다만 부지불식간에 TV의 최면에 의해 눈 앞이 가려지고 판단력이 흐려지지는 않을지 심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오래 전 1998년에 개봉되었던 <트루먼쇼> 라는 걸작 영화를 보면, 가장 후반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주인공이 바깥 세상으로 퇴장한 뒤의 장면에서, 영화의 트루먼쇼를 지켜보던 시청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채널에선 뭘 하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누가 무슨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건, 나는 그냥 채널만 돌리면 그만이라는, '바보상자'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진실을 향해 마음을 여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관련 글]

2013/11/14 - [The World/Hot Issues] - 기황후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 - 드라마 기황후, 알고나 보자


- Barracuda -

 

  1. 원래 탄광노동자의 신성한 삶의 현장을 의미하는데, 별도 포스팅으로 다룰 예정이다. [본문으로]
  2. 드라마를 눈여겨 보았다기 보다는, 조사하다보니 그런 사실이 있었음을 알아낸 것이지, 결코 필자가 예리한 눈을 가진 비평가라는 자랑은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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