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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Knowledge

진상이란 말의 뜻과 유래[우리말 바로 알기]


요즈음의 말은 참 빨리 변한다. 옛날에 교과서에서 언어란 무엇인가 라는 단원에서 배운 듯하다. "언어는 살아있다" 던가. 아마도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건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피씨통신 커뮤니티 활동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탈로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한 시점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진상' 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나서 부정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인터넷(채팅이나 메신저, SNS)를 통해서일 것이다.



 


진상의 유래에 대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그럴 듯한 풀이중 하나는 進上 이라는 것일 게다. 위키백과에서는 한자어인 원래 진상의 뜻을 '조선시대 공납제 중의 하나로, 국왕에 대한 지방관의 의례적인 헌납' 으로,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특산물을 윗사람에게 바치는 행위를 말하고 있으며, 엔하위키미러에서는 '국가의 절일과 경사 때, 중앙과 지방의 책임자가 왕에게 축하의 뜻으로 토산물을 바치던 일' 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원래 축하의 뜻이었던 이러한 행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관행화 되면서, 더 잘 보이고, 더 충성스럽게 보이고자 지방관의 착취가 당연히 이뤄졌을 것이고, 대동법의 공물처럼 의무화(반 세금화)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소박한 인사치례가 왕실규모가 커짐에 따라 진상의 규모와 범위도 확대되어, 수요자인 국가가 공급자인 백성을 착취하게 되는, 결국 민초들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나쁜 제도가 되었음에 틀림이 없다. 심지어 바다에 인접해 있지 않은 고을에 구하기 힘든 해산물을 할당해서 진상하게 만들었다고도 전해진다.

 

엔하위키 미러에서는 이러한 진상의 과정에서 징수 관리의 협잡, 뇌물, 착복 등의 여러가지 민폐를 끼치는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뜻이 생기기 시작했거나 또는 이러한 진상이 민간의 반발을 불러 왔기 때문에 좋지 않은 물건을 진상하는 등의 사건들이 있었을 것이고 결국 진상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로 변질되었을 것이지 않을까 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어 사전에서는 進上이라는 말의 두 번째 뜻으로 '허름하고 나쁜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되고 있다.


위의 유래에 대한 설과 함께, '진짜(배기) 상놈' 이라는 말의 줄임말일 수 있다는 설도 엔하위키 미러에는 언급되어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 설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조선시대의 진상의 뜻이 변질되어 사용되었다면, 이미 아주 옛적(우리의 어린 날  그 시절)부터 부정적인 뜻의 진상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수 년 이내)에 부정적인 의미의 진상, 진상 고객, 개진상이라는 소위 신조어로서의 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는 일부 네티즌들이 위의 역사적인 내용으로 해석하고 사용하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진짜 쌍놈' 이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해서 사용하고, 관련된 친구(친추된 사람 ^^)와 함께 썼을 것이고, 그 때부터 '진상' 이라는 '허름하고 나쁜 것이나 그런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능하겠다(기실, 작년 여름 쯤에 조선일보 오늘의 한자란에서 원광대의 어느 교수님이 진상의 뜻에 대해 풀이를 하신 바 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름 신빙성은 있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러면 왜 조선시대 이후부터 주욱 지금의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지지 않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답이 궁색해지므로, 시대적 근거의 모호성 때문에라도 쉽게 믿어버리면 안되지 싶기도 하다 ^_^ [각주:1])


요즘은 또 홈쇼핑이나 서비스업 등의 상담원들이나 종업원들이 대하는 고객들 중에 지랄 맞은 사람들을 진상 고객, 진상 손님, 고갱, 상진 엄마(아빠), 손놈, 블랙컨슈머와 같은 식으로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즉, 손님인 것을 빙자해서 각종 해악을 일삼는 자를 통틀어 진상손님, 줄여서 진상이라고 부르는 일이 일반화 되고 있다.


혹자는 진상이 서울 지방의 사투리로 밉상이라는 뜻이며, '진상 떨다' 라는 말이 '까탈스럽게 군다' 라는 뜻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진짜 밉상' 을 줄여서 그렇다고도 한다. 만약 서울 사투리라면 서울 토박이들은 예전부터 들어와서  알아들어야 하는데, 이게 또 그렇지 않더라는 건 왠 일일까?


어느 것이 진실일지 누구도 증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말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므로, 고증 자료에 나타나 있지 않은 한,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 마저도 완벽한 증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말에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감식도 안되니, 잘~ 가려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뱉아낼 일이다.


참고로 '사건의 진상 파악', '진상 조사'의 眞相은 어떤 사건의 실제적인 부분이라는 뜻으로 위의 진상과는 다른 한자어와 뜻으로 사용되니 주의해야 하겠다.


 




- Barracuda -


  1. 대교에서 제공하는 눈높이대백과에 보면 '사회적 약속이므로 어느 한 개인이 바꿀 수 없고 서서히 변화한다' 라고 되어 있다. [본문으로]